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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

새벽빛을 아름답게 표현한, 유리 슐레비츠 그림책의 특징과 책소개

by 4545 2023.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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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이름이 예쁜 작가로 처음 다가왔고, 『새벽』이라는 그림책의 모든 장면은 아련하면서도 마지막 장의 새벽빛을 보고 감동한 책이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감동하고 슬프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한 그림책이다. 동양적이면서도 운치 있는, 『새벽』 그림책을 다시 빌려서 읽어보고 싶다.  글, 그림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작가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책은 분주한 오늘을 사는 어른이 한번 다시 봐도 좋을 것 같다.

 

전쟁을 경험한 작가

 

유리 슐레비츠는 1935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났다. 1939년 독일의 폴란드를 침공으로 유대인인 가족들은 전 유럽을 떠돌며 피난길에 올라 유럽을 떠돌게 되었다. 잠깐 정착한 프랑스에서 유일한 즐거움은 바로 그림책과 만화였다고 한다. 만화 속의 ‘그림’을 상상하고 그리면서 절망의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49년에 이스라엘로 이주하고 정착한 후 문학, 해부학, 생물학을 공부했으며 졸업 후 1957년 뉴욕으로 가서 미술 수업을 받고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 그림책 『The Moon in My Room』을 통해 그림책 작가로 성공하고 나서도 자신에게 맞는 글과 그림을 고민하다가 보다 함축적이고 아름다운 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태극권과 요가, 서예 등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유리 슐레비츠는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대신 잔잔하고 애잔한 그림을 통해 사람과 자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소음과 전쟁의 처절함 속에서 그가 원했던 것은 모두가 잠든 새벽녘이다 내리는 비를 보며 사색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조용한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린 유리 슐레비츠의 꿈이 그림책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아서 랜섬의 이야기에 그림을 그린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로 1968년 칼데콧 상을 수상했으며, 『비 오는 날』로 1980년 칼데콧 아너 상과 라이프치히 국제도서전에서 동메달을, 『새벽』으로 1975년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에서 주최하는 안데르센 상을 받았다.

 

그림책 특징

그림책 활동 초기의 작품인『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나『황금거위』가 전형적인 판타지를 다루는 스타일이었다면, 후기로 갈수록『비밀의 방』처럼 판타지와 리얼리즘이 적절히 결합하는 새로운 양식으로 변모되면서, 동양적 사상과 사유의 신비를 체험해 나가는 작가 자신의 개인적 성향과 취향이 반영되는 형식을 띠고 있다. 동양적인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번짐이 우수한 한지나 일본 붓을 사용하기도 했다. 중국의 청유안의 한시처럼 화려한 색채와 기교를 자제하였다. 자연의 변화를 세밀한 터치화 수채화 특유의 번짐으로 서정적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영화적 요소를 사용한 움직임의 전개 방식을 그림책에 반영하였다. 전체 배경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 후, 구체적인 장면에서의 화면에 집중할 수 있게 그림책을 만들었다. 이는 전체 이미지가 연결되어 스토리가 설득력 있고 강렬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림책에서 글은 그림을 반복하지 않으며, 그림도 글을 반복하지 않았다. 유리 슐레비츠는 글과 그림은 대위적 관계로 서로 보완하고 완성한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진정한 그림책은 전적으로 그림에 의해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글이 사용되더라도 보조적인 역할만 한다고 믿고 그것을 자신의 그림책 창작에도 적용하였다. 자연의 이미지를 분위기로 시간의 흐름 속에 안정되고 아름답게 표현한 그림책 작가의 한 사람이다.

 

작가의 대표 책들 

유리 슐레비츠의 대표작인 『새벽』에는 주인공이 없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등장하지만 그 둘은 그저 새벽의 산과 호수를 안내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중국 한시(漢詩)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그림책은 자연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고 세련되게 그렸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비 오는 날』은 연노랑, 연두, 파랑을 주로 한 수채화가 잔잔하고 차분하게 비 오는 날의 차분함을 전달한다. 다락방에 사는 소녀가 빗소리를 들으면서 상념에 잠기는 이야기로 어떤 다른 종류의 그림책보다 연극이나 영화, 특히 무성 영화와 비슷하다고 작가가 언급하였다. 빗물이 흘러가는 행로를 차분하게 따라가면서 비의 종점인 바다까지를 투명한 수채화로 보여준다.

수채화와 펜으로 그려진 『눈이 내리면』그림책 속에 고즈넉한 북유럽의 중세를 연상케 하는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설경이 담겨 있다. 유리 슐레비츠는 눈송이가 날리는 장면을 시작으로 회색 하늘, 회색 지붕, 회색 도시가 마침내 온통 하얗게 변했다.  온 도시가 눈으로 뒤덮인 장면까지 자연의 변화를 세밀한 터치와 수채화 특유의 미묘한 색 변화로 표현해 환상적인 느낌을 표현했는데, 자연을 보는 그의 관찰력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서정적인 글이 어우러지며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본 듯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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