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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

감정이 느껴지는 그림책 작가, 찰스 키핑의 그림의 특징과 대표 책소개

by 4545 2023.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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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너머> 책의 일부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찰스 키핑의 그림책에는 감정이 느껴진다. 모든 것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뭔가가 전해지는 그림책. 화려한 색채로 화면을 가득 채우지만, 분위기는 우울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그래서 어린 독자들이 어렵다고 한다. 찰스키핑은 존 버닝햄,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와 더불어 영국 3대 그림책 작가중에 한 명이다. 그 두 작가의 그림책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그리고 화려함 뒤에 느껴지는 우울함이 왜 그런지 알아보자.

 

작가소개

찰스 키핑은 영국 램베스(Lambeth)에서 1924년 9월 22일에 태어났고 런던에서 성장했다. 평범하면서도 행복했던 그의 유년기는 아홉 살이 되던 해 아버지의 급작스런 죽음과 연이은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두워졌다. 열여덟이 되던 1942년 군대에 징집되어 해군소속 무선통신병으로 세계대전에 참전하였고 4년 후 런던으로 돌아온 그는 머리 부상의 후유증이 악화되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와 같은 심리적 타격은 어린 시절 부친과 조부의 상실 후에 형성된 내면적 기질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치료를 받고 정신의 건강을 회복한 그는 학교에 지원하지만 실패한 후 에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삽화를 배워나갔다. 그러나 찰스 키핑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3학년 편입 시험을 거쳐 대학에 진학하였다. 석판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키핑은, 졸업 후 신문 만화 일을 시작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에 들어섰으며 이후 200여 권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1966년 그림책 『검은 돌리』의 출간을 시작으로 평생 22권의 그림책을 쓰고 그렸는데,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급속한 현대화 과정 속 대도시의 변화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담아 그린 작품들이다. 『찰리와 샬롯데와 황금 카나리아』(1967)과 『노상강도』(1981)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두 차례 받았으며, 1988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낙원섬에서 생긴 일』은 그의 유작으로 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89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작품이다.

 

그림책 특징

 

빼어난 조형성과 색감, 깊은 주제의식으로 ‘어린 독자에겐 너무 어렵고 깊은 심리적 접근을 하는 것이 유일한 흠’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찰스 키핑은 보이는 모든 것을 표현하려는 욕심과 화려한 색채와 세련된 기교를 자제했다고 말했다. 화려하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능수능란하게 전달하는 작가로 유명한 그는 과슈, 템페라, 수채 물감, 석판 등의 재료로 선은 힘이 있되 섬세한 조형성을 갖추게 하고, 선을 통해 현실과 영혼의 세계를 넘나드는 신비감을 표현했다. 찰스 키핑은 자신만의 내면세계와 세상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었기에 다른 작가와 확연히 구별되는 차별성을 갖출 수 있었다. 이러한 주제 의식과 난해한 그림 때문에 어린 독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의 그림책은 두 차례의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또 다른 작품은 1981년 작품인 『노상강도(The Highwayman)』이다)를 받았기에 그는 영국 3대 일러스트레이터라고 당당히 입증할 수 있었다.

 

작가의 대표 책들 

『창 너머』는 회색 바탕에 점으로 늘어선 무늬가 있는 것은 커튼이다.그 커튼 위로 흉물스럽게 맞은편 건물들의 키 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소년은 바로 그 커튼 뒤에 숨은 채 간신히 얼굴을 보여준다. 푸른 그림자는 소년의 놀란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고, 가늘고 날카로운 선으로 표현된 소년의 머리카락과 아래 속눈썹은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다. 소년은 겁에 질린 듯 보이고 입술은 ‘헤’ 벌어져 있고 시선은 단단히 얼어붙어 있다. 표지만 보아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 느껴지고 이미 찰스 키핑은 독자가 책의 다음 장을 열어보도록 호기심을 당기고 있다. 창 너머에 무슨 일이 있을까?

 

『빈터의 서커스』에서 찰스 키핑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 또한 이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지난날의 화려했던 순간들이 찬란한 무지개로 평범한 일상을 이끌어주는 힘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옛 순간들이 영원히 과거의 한 페이지 속에 묻혀 어두운 광에 갇힌 채 영원히 제 빛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의 삶 속에 찬란한 광채를 발휘하는 시간들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그 한정된 들뜬 시간들이 있기에 일상의 평범함속에서 잠시나마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잿빛과 무지갯빛 아래서 우리는 가능성을 향해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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